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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진단]청문회 고질병 '부실 자료제출' 어떻게 하나

김영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6.14 15:41

수정 2015.06.14 15:41

"황교안법도 황교안의 입을 열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른바 '19금 자료(19개의 자문사건 자료)'를 황 후보자 측이 제출하지 않자 답답하다는듯 이같이 말했다.

'황교안법'은 황 후보자가 법무부장관 후보 시절 인사청문회에 나섰을 당시 수임 내역 자료 제출을 거부한 데 대해 수임 내역을 공개토록 하는 내용으로 개정한 변호사법을 말한다. 황 후보자는 그러나 자신으로 인해 만들어진 '황교안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문사건 내역을 공개하지 않다가 청문회가 파행으로 치닫자 마지못해 비공개 열람으로 자료를 제공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황 후보는 '제2의 황교안법'이 거론될 정도로 역대 총리 후보 중 가장 베일에 싸인 후보"라고 혹평했다.

박상옥 대법관 청문회의 경우 부실한 자료제출로 인해 청문회 자체가 무산될 뻔 했다.
박 대법관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연루됐단 점에서 야당이 극구 반대했던 인물로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자 법무부가 자료 제출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등 야당의 반발을 샀다. 결국 야당은 미진한 자료제출로 인한 부실 검증을 이유로 박 대법관 인준에 참여하지 않았다.

고위공무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통상 야당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는 자리다. 정부가 지명하는 인물에 대해 야당이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여당은 이를 방어하기 때문이다. 해당 후보자 인준에 있어 야당이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

그런 야당에도 한계가 있긴 마찬가지다. 후보자가 제출한 객관적인 자료를 놓고 이를 검토해 의혹을 파헤쳐야 하는데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단순한 의혹 제기로 끝나게 될 뿐더러 추가적인 의혹도 제기할 수 없게 된다. 이번 황 후보자 청문회가 성과없이 막을 내린 것도 황 후보자가 자신의 수임내역 자료를 일일이 밝히지 않음으로써 야당의 공세를 약화시킨 게 큰 이유가 됐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은 각종 언론에서 '한 방'이 없었다고 평하자 "(황 후보자를 가격할) 한 방이 없었던 게 아니라 자료가 없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부실한 자료제출이 '고질병'처럼 계속되자 국회 입법조사처는 청문회 제도 개선을 위한 권고안을 냈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2010년 발간한 '국회 인사청문제도 개선방안 현안보고서'에서 △국회에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현행 5개 항목에서 8개 항목으로 확대하고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청와대의 인사검증자료를 함께 제출토록 요구하며 △자료제출기한을 넘길 경우 그 기간만큼 위원회 의결로 청문회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국회 인사청문제도의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선 국회의원이 요구한 자료제출을 거부한 경우 이를 고발함으로써 처벌규정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의 '자료제출요구권'을 '조사권' 부여로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국회에도 제도 개선을 위한 각종 법안이 제출돼 있다.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은 국가기밀이란 주무부장관의 소명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고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은 공직후보자 직계존·비속의 개인정보수집 및 열람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토록 하는 한편 공직자의 재산신고 내역 중 '사인간의 채권·채무'는 영수증, 공증서, 은행 거래내역 사본 등을 제출토록 하는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와 별도로 자료제출 거부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제2의 황교안법'을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추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ys8584@fnnews.com 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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